성 베드로 바울 성당이 문을 닫았다. 여기 올거라고는 사실 계획되지 않았는데, 예르바 부에나에서부터 성 패트릭 성당을 가더니 나도 모르게 여기까지 일정에도 없는 곳을 와버렸다. 그런데 성 베드로 바울 성당이 문까지 닫히니 또다시 세운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되버리고 만것이다.



일단 여기저기 걸었다. 

'이쪽으로 한번 올라가볼까? '
'와아 집들이 너무 예뻐!'
'아, 그런데 오르막이 너무 길잖아;;'
'에잇, 다른데 갈래!'

라고 내리막길과 평지로 계속 걸었다.




여기 저기 걸어오면서 코너를 막 돌아 보는데 저 멀리 가게 앞에 사람들이 아웃테이블에 앉아 웃으며 얘길하고 있었다. 술집이나 카페겠지, 라는 생각에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한번 가까이라도 가보자라는 생각에 갔는데, 오옷 술집이 아니었다.






초콜릿 가게였다.
XOX Truffles, XOX 트뤼플이라는 이름을 가진 작은 초콜릿 가게인데 가게 내부에는 굉장이 좁은 커피 홀이 있고, 밖에도 아까 길거리에 테이블이 놓여져 있어 간단한 담소를 나누기에 딱 좋은 곳이었다. 이탈리아 마을 가운데 뭔가 장인의 냄새를 스멀스멀 풍겨오는 이곳은 안사먹고 나갈수는 없게 분위기가 좋았다. 그냥 동네 작은 구멍가게 같은 느낌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구멍가게 느낌은 들지 않고 오히려 뭔가 색다른 느낌이라 초콜릿을 사게 되었다.

한국에 와서 알게 됐지만,이 초콜릿 가게는 매스컴이나 잡지에도 몇번 탄 작지만 강한 숨겨진 맛집이었다. 역시 너무나 계획된 여행은 좋지 않다는걸 바로 깨닫게 해줬다. 혹여 다 계획하고 동선만 따라 다녔다면 이런 좋은 곳을 어찌 발견 할수 있었으랴,





초콜릿을 한조각씩 팔기도 했고, 무게를 재서 팔기도 했다. 딱 보기에 완전 맛있게 생겼다. 사실 나는 한국에서 그닥 고귀하고 고상하게 자란 아이는 아니다보니 이런 초콜릿 가게 등을 한국에서는 가보지 못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하나같이 다 맛있어 보였다.  마음같아서는 종류별로 하나씩 다 사고 싶었지만, 나중에 갈 다른 초콜릿 가게를 위해 간단히 간식거리로만 떼울 정도의 초콜릿만 구매하기로 마음먹고 골라봤다.

Hey, excuse me. This, This This Please~ 했더니 

가게 주인 아저씨쪽에서는 뭘 가르키는줄 모른다며 이름으로 얘기 해 달라고 한다.
하아...
영어 진짜 어럽다-_-;;;;

마음먹고 영어를 했다. 
헤이즐넛, 라즈베리, 프렌치 로스터~ 했더니 더 못알아 들으신다 하아-_-;;;
큰 난관에 봉착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영어를 못알아 듣는게야! 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발음을 꼬지도 않았다. 토종 한국식 발음으로 해줬더니 못알아 듣는것 같았다.
그래서 혀좀 꼬아서 다시 얘기했더니 역시 못알아 들으신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혀를 꼬면서 영어를 하는 내 자신이 너무 손발을 오그라 들게 했다.

마침,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먹고 싶은 초콜렛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여줬다.
그랬더니 Oh~ I got it. I understand. 하더니 후다닥 집어주신다.
후유... 살았다;;;

역시 사진은 만국 공용어인가보다.
고맙다 사진기야 ♥


이곳의 메뉴는 다음과 같다. (커피 제외)

LIQUEURED (과일향이 나는 달지만 독한 술이 첨가된 초콜릿)

  1. Amaretto (Cocoa Powder-Dusted)
  2. Black & White Ball (White Chocolate-Coated)
  3. Cognac (Cocoa Powder-Dusted)
  4. Creme de Menthe (Cocoa Powder-Dusted)
  5. a la Kahlua (Cocoa Powder-Dusted)
  6. Honey Vodka (Cocoa Powder-Dusted)
  7. Rum Raisin (Cocoa Powder-Dusted)
  8. Sebastien's Champagne (Cocoa Powder-Dusted)
  9. Spicy Cayenne Tequila (Cocoa Powder-Dusted)
 10. Triple Sec (Cocoa Powder-Dusted)
 11. Vin Rouge/Red Wine (Cocoa Powder-Dusted)


NON-LIQUEURED (술이 첨가되지 않은 초콜릿)

  1. Caramel (Cocoa Powder-Dusted)
  2. Casimira's Favourite (White Chocolate-Coated)
  3. Citron/Lemon (Cocoa Powder-Dusted)
  4. Coconut (Coconut-Coated)
  5. Dark Chocolate (Cocoa Powder-Dusted)
  6. Earl Grey (Cocoa Powder-Dusted)
  7. Framboise/Raspberry (Cocoa Powder-Dusted)
  8. French Roast (Coffee Crunch-Coated)
  9. Lemon Ginger (Ginger Powder-Dusted)
 10. Noisette (Hazelnut-Coated)
 11. a l'Orange (Cocoa Powder-Dusted)
 12.Peanut Butter (Dark Chocolate Hard Shell-Covered) 

 13. Dark Chocolate (Soy/Vegan)
 14. a l'Orange (Soy/Vegan)
 15. Noisette (Soy/Vegan)



왼쪽부터 초콜릿 겉에 발라지는 재료

Cocoa Powder-Dusted, White Chocolate- Coated, Hazelnut- Coated, Coconut-Coated, Coffee Crunch-Coated의 순서이다. 만약 샌프란시스코에 가게되면 나처럼 헤매지 말길 기원하면서 메뉴를 미리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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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돈에 맞춰 6~8개 정도를 구입했다. 사진찍는다는 걸 깜박하고 초콜릿을 샀다는 기분이 좋아서;; 먹고 사진을 찍었는데 사실 뭘 샀는지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정말 맛있었다. 아참, 하나는 빼고;;; 하나는 뭔가 정말 독한 술이 조금 들어간것 같았는데 맛은 좀 구리구리 했었다. 그런데 이놈이 내 몸에 온기를 쫙 돌게 해주어서 나름 메뉴 구성을 굉장히 잘한듯 기분 또한 좋았다.

뭐 이러나 저러나, 
"기분 다운될땐 초콜렛과 술이라더니 동시에 같이 먹어주니 기분 급상승이다!"



Posted by 문을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