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프란시스코 여행기, 그리고 구글 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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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고대하고 고대하던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첫모습을 보고야 말았다. 사진은 조금 상관 없어보인다; 사실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첫모습은 사진상에 담지 못했다. 이유는 이러하다
 바트를 타고 내린 지역은 시빅센터, 이 지역을 선택한 이유는 시빅센터 바트역에서 내리면 바로 가까운 곳에서 버거킹과 시청, 시빅센터 플라자 등을 볼수 있음을 미리 파악하고 간것이다. 아까 바트를 타기 전에 해가 뉘엿뉘엿 지는 것을 보았으니, 되도록 빨리 보고 호텔로 돌아가는 것이 상책일거라는 판단이었다. 즉 이것은 이미 한국에서부터 짜온 동선을 모두 죄다 쓰레기통에 갖다버렸단 얘기다. 단지 공항에서 그 스케쥴이 꼬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ㅠ 가끔은 이렇게 예상치 못한 여행도 좋다 라는 생각을 되뇌이며 바트역을 빠져나왔지만 나를 패닉상태로 만드는 믿을수 없는 상황에 처해버렸다.

첫번째, 비가 또 퍼붓기 시작한다. 시빅센터 바트역에서 나왔지만 비가 내리고 있어서 다시 역안으로 돌아가려 했으나, 딱히 비가 멈추길 기다리며 쉴 의자도, 공간도 없었다. 처음 얘기하는 걸 수도 있겠지만 난 세상 날씨 중에 비가 제일 싫다! 특히 습하고 우중충한 비가 더 너무 싫다!

두번째, 거지가 너무 많다. 바트에서 내려 티켓을 개찰구 안에 넣고 나오는 순간부터 거지가 따라붙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빅센터 바트역에서 빠져나오는 그 짧은 거리동안 거지를 약 7여명은 본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라 거리 곳곳에 거지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래서 일단 어찌 되었건 난 되도록 빨리 그곳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것 처럼 비가 퍼붓고 있었고 우산을 챙겨가긴 했으나 카메라 3개와 우산을 들고다니기엔 상황이 참 난감했다. 그래서 어떤 건물 앞 천막에서 비가 멈추길 기다리는데 머리에 터번같은 것을 쓴 인도여성이 비를 맞고 지나가다가 나를 보며 샬라샬라 블라블라 뭐라고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가르킨다. 난 이미 패닉 상태였으므로 뭔소리인지 하나도 못알아 들었고 Sorry만 연발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괜찮으면 우산 같이 쓰고 저기까지만 같이 가자' 였던것 같다. (그리고 맞는지 모르겠지만 중간중간 커피, 티, 이런 말들도 들었다.) 물론 아닐수도 있다; 그러나 표정만큼은 뭔가 나랑 이야기를 하고 싶고, 친해지고 싶었는데 아쉽다는 표정이 묻어나왔다. 미안하지만 이미 뭘 해야 할지 모르고 이리저리 발만 동동 굴렀다.

세번째, GPS연동 맵 프로그램이 고장이었다.  정확하게 말해서 GPS가 고장인게 아니라 GPS를 이용해 내 위치를 알려주는 MAP 프로그램이 중국을 가르키고 있었다. 그 프로그램이름은 Sxxxx 이다.(사실 그 프로그램 이름 공개하고 싶은데, 개발자가 일부러 그런것도 아니고 한국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인데 나름 잘 유용하게 써왔다. 그래서 이번에도 이거 하나 믿고 샌프란까지 날라간건데 고장이라니,,,진짜 제대로 뒷통수 한대 맞은거다. ) 난감했다. 가장 큰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었다. 이번 샌프란시스코에 오기전에 이 프로그램으로 테스트 하려고 유럽에 다녀온적이 있었다. 유럽에서 매우 잘 사용했었고. 내 위치를 잘 뿌려주어 개인적으로 최고의 찬사를 보내며 주위사람들에게 알리고 써왔던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현재 내 위치를 중국으로 가르키고 있다니 너무너무 큰 충격이었던 것이다. 이로써 이 프로그램에 의존해왔던 나는 오로지 이 프로그램만 믿었던 나는 패닉상태에 빠지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상태로 30분을 멍하니 여기가 어딘줄도 모르고 서있었다.
 당시 마음 같아서는 뭔가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제대로 당한 그런느낌?이어서 개발자가 있으면 따지고 싶을정도였다. 며칠뒤 호텔에서 인터넷을 하면서 개발자 홈페이지에 가서 이러한 이야기를 헀더니 최대한 도와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고, 언제나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개발자 마음에 쉽사리 프로그램이름을 공개하지는 못하겠다. 결국 한국에 돌아올때까지 이 GPS연동 맵프로그램은 써보지도 못하고 내가 만들어간 책만 가지고 이동했다. 덕분에 한국에서   5개월동안 아주 머리싸매며 열심히 미리 짜놓은 동선은 죄다 못쓰게 되어버렸다. 이 프로그램만 믿었기때문에 내가 만들어간 책은 지도부분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 맵쪽은 조금 빈약했기 때문이다.
 -> 즉, 5개월동안 준비한 여행계획과 동선 모두를 새로 짜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것인데, 이미 때는 늦었고 이때부터 나는 샌프란시스코 여행방법을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여튼 비가 소나기였는지 그렇게 30여분을 넘게 기다리니 비가 멎기 시작했다. 무작정 걸었다. 일단 내 손에 든건 내가 만들어온 책과 카메라, 우산 뿐이니 이젠 감각을 믿는수 밖에 없었다. 사람이 가장 많이 보이는 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걸어간지 5분만에 Welcome to United Nations Plaza Civic Center 라는 표지판이 보였고, 내가 뒤를 돌아보기 전까지 여기가 그냥 시빅센터 플라자구나 라는 것만 인식했다.


 그렇게 뒤를 돌아보는데 저 멀리 멋진 모습이 보였다. 해떨어지기 직전의 노을을 바라보며 동상이 서있는 그곳, 시빅센터가 눈에 들어온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거기로 향하기 시작했다. 나는 해지는 것 따위는 보지 못하고 그냥 내 눈 앞에 펼쳐진 멋진 모습들만 보고 있었다.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고 계속 사진만 찍기 시작했다.



팔과 머리가 여러개 달린 기묘한 모습을 하고 있는 작품?동상?이었는데 왠지 인도가 생각났다. 작품에 대한 설명을 찾을 생각도 못했다. 단지 내 앞에 펼쳐진 모습들을 보는데 마음이 뺏겨버린탓에 사진도 대충대충 찍었다.



간신히 광량이 어느정도 있을때 사진을 찍을수 있어서 다행히다라고 자위하며 온통 얼굴엔 웃음꽃이 피어있었다. 이렇게 좋은 곳이 있는데 그냥 호텔에서 잠 퍼질러 잤다면 귀중한 시간을 다 버렸을거라는 생각을 하니 자꾸 흐뭇해지는 것이었다.



시청엔 들어가서 내부 관람이 가능하다고 알고 갔기 때문에 들어가보려 했으나 이미 해는 져버린 상태고 시청에서 나오는 사람도 없어서 문이 닫혔을거라는 생각에 그냥 문앞에서 조금 알짱거리다가 다른곳으로 둘러보러 걸어갔다.



시청을 마주하고 시계방향으로 걸었는데, 이런 방패?가 하나 보였다. 난 이런 문양이 좋다. 뭔가 매니아틱스럽고 막 수집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데다가 나는 고대 유럽과 중세의 유럽 문화를 매우 사랑하는 편이기 때문이어서 그런지 이런것도 좋고 시청도 매우 좋았다. 



정확하게 이 건물이 뭘 가르키는 지 몰라서 일단 사진만 찍고 한국돌아와서 살펴보니 Supreme Court of California 라는 곳이다.



 그리고 점차 조명이 밝아져 눈에 띄던 곳, 바로 여기 Asia Art Museum 이었다. 그런데 아시아인인 내가 저 앞에서 서있으니 지나가던 미국사람들이 나와 저기 현수막에 있는 그림들을 한번씩 비교해가며 훑어보곤 했다. 저기 앞에 걸려진 현수막 Shanghai는 내가 샌프란시스코를 돌아다니면서 매우 많이 볼 수 있었다. 심지어 여기서 아주 멀리 떨어진 대학교 교내에서도 저 포스터들을 볼 수 있었다. 그만큼 홍보가 잘되고 있다는 뜻인가?



 정신줄 놓고 시빅센터를 돌아보고 있을 때 샌프란시스코의 첫날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해가 떨어지자 도로에 인적을 보기가 힘들었다. 이미 내가 만들어간 책에는 이 주위에 더이상 볼 것이 없다고 가르키고 있었지만, 이렇게 되어버린 이상 책도 GPS도 프로그램도 모두 안믿고 그냥 모든걸 만들어가자는 생각에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른채 ...



Posted by 문을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