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애플, 미국판 ‘형제의 난’

 

구글과 애플은 정통적으로 친분이 매우 두터운 회사였다. 이들이 친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구글과 애플 모두 작은 회사일 때부터 벤처 투자 회사 세쿼이아캐피탈이 투자해 키운 회사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투자를 진행했던 담당자도 마이클 모리츠 (Michael Moritz)로 동일하기 때문에 그들의 각별한 친분은 당연한 것이었다.

구글과 애플은 마이클 모리츠라는 부모를 가진 형제나 다름없다. 구글 CEO 에릭 슈미츠는 애플 이사회에 참여해 구글과 애플의 공동 이익을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IT 흐름이 모바일로 급격히 변하면서 이를 두고 경쟁하기 시작했다. 애플이 구글 보이스를 차단하면서 감정의 골은 깊어졌고 애플 CEO 스티븐 잡스는 구글의 기업 모토인 ‘Don't be Evil’은 헛소리라고 비난하는 형국으로 변했다. 과연 어떤 일이 있었을까? 그동안 있었던 구글과 애플의 주요 사건을 정리해 봤다.

2007년 6월 29일 - 애플, 아이폰 출시로 모바일 시장에 진출하다
출시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던 애플 아이폰은 언론이 며칠씩 노숙하는 수천명의 사람을 보도할 정도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미국 필라델피아에서는 시장이 직접 새벽에 나와서 아이폰을 살 정도로 열풍은 뜨거웠다.

3달 뒤에는 전화 기능을 뺀 아이팟 터치를 출시해 비싼 가격 때문에 아이폰을 구매할 수 없는 청소년층까지도 열풍을 확산시켰다. 2007년 11월 ‘타임’에서는 올해의 발명품으로 아이폰을 선정해 표지모델에 올리기도 했다. 2007년은 아이폰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007년 11월 05일 - 구글이 안드로이드 공개, 결투가 시작되다 
아이폰 출시 5개월 뒤 구글이 모바일 OS 안드로이드를 공개하며 모바일 시장에 뛰어들었다. 안드로이드를 지원하는 공개 휴대폰 연합(OHA, Open Handset Alliance)을 출범했으며 삼성전자, LG전자, 모토로라, 인텔 등 휴대폰 관련 제조사와 T모바일, NTT도코모 등 이동통신 업체가 참여했다.

세계적인 모바일 관련 34개 업체가 참여한 대규모 연합체였다. 개인 혹은 중소 업체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총 1,000만 달러(약 93억 원)의 상금을 걸고 진행하는 안드로이드 개발자 대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모바일 OS 시장에서 강자는 마이크로소프트였다. 애플과 구글이 이제 막 모바일 시장에 진입한 시기였기 때문에 둘 사이에 큰 갈등은 없었다.

2008년 10월 22일 - 구글, G1으로 아이폰 겨냥하다
구글이 미국 통신사 T모바일을 통해 안드로이드 기반 휴대폰 G1을 처음 출시했다. 또한 애플이 시장을 만들고 있는 소프트웨어 장터인 앱스토어에 대항하기 위해 안드로이드판 앱스토어도 만들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애플과의 경쟁이 시작됐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구글이 직접 휴대폰을 만들지는 않았다. G1은 대만 기업 HTC가 안드로이드를 이용해 만든 것.

2009년 9년 7월 28일 - 애플의 감정싸움이 시작되다
경쟁을 넘어 신경전이 시작됐다. 애플이 독립 프로그램 개발자 션 코박스가 만든 구글 보이스 애플리케이션을 아이폰 앱스토어에서 제거했다.
 
애플은 이미 유사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며 거절 의사를 밝혔지만 비슷한 프로그램이 수없이 존재하는 앱스토어 특성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이었다. 또한 구글 보이스와 유사한 스카이프는 차단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의혹이 증폭됐다.

씨넷은 “모바일 분야에서 겹치는 사업이 늘어난 구글과 애플이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과 애플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2009년 9월 3일 - 에릭 슈미츠, 애플 이사회 전격 사퇴하다
구글 CEO 에릭 슈미트가 애플 이사회를 전격적으로 사퇴한다. 3달 전 연방공정거래위원회(FTC)가 슈미츠 구글 CEO가 애플 이사직을 겸직하는 것은 반독점 관행을 위반한다며 조사를 벌일 때도 그는 애플 이사직을 강력하게 고수했을 정도로 애착을 가졌던 자리였다.

이 일에 대해 구글이 얼마나 실망했는지를 보여 주는 사건이었다. 그는 애플을 떠나며 구글 보이스 애플리케이션과는 상관없다고 했지만 대부분 전문가는 이 사건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2009 년 11월 9일 - 구글, 애플에 선수 치다(애드몹 인수)
구글이 아이폰 모바일 배너 광고 전문회사인 애드몹을 7억 5,000만 달러(약 9,000억원)에 인수했다. 

재미있는 것은 애드몹의 경우 애플이 인수하려고 접촉 중인 회사였다. 과거 구글과 애플 관계를 생각하면 천문학적인 투자를 진행하기 전 반드시 사전 조율이 있었겠지만 구글은 애플 몰래 전격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애드몹은 아이폰 광고뿐만 아니라 아이폰 앱스토어 분석 자료를 내놔 주요 언론사가 자주 인용하고 있었기에 애플이 매우 탐내던 회사였다.

2010년 1월 5일 - 구글, 넥서스원을 통해 아이폰과 한판 붙다
그동안 구글은 안드로이드라는 모바일 OS만 무료로 공급했지 직접 휴대폰을 출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넥서스원이라는 휴대폰을 직접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모바일 시장에 뛰어들었다. 언론과 블로거들은 아이폰과 비교했고 애플과 구글은 이제 완전한 경쟁자가 되었다.

2010년 1월 5일 - 애플은 같은 날 구글 애드몹 경쟁사를 인수했다
구글에 대한 적대적인 의도인지 우연인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애플은 넥서스원이 발표되는 날 구글 애드몹에 대항하기 위해 모바일 광고 회사인 콰트로와이어리스(Quattro wireless)를 인수했다.

구글은 지금 애플과 전방위 경쟁중
2010년 1월 22일 - 애플 갑자기 검색서비스 변경을 검토하다
애플이 콰트로와이어리스를 인수한 지 한 달도 안 돼 아이폰 검색 서비스를 구글에서 마이크로소프트 빙으로 바꾸기 위해 검토 중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아이폰은 출시 당시부터 구글 검색 서비스를 이용했다. 하지만 구글의 가장 큰 경쟁자 마이크로소프트 검색 서비스를 도입하려고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져 구글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2010년 1월 27일 - 스티브 잡스, 구글 공개적 비난 하다
스티브 잡스가 드디어 감정적인 발언까지 했다 “구글의 기업 모토인 ‘Don't be Evil’은 헛소리”라고 말했다. 대기업 CEO가 함부로 하기 어려운 발언이었다.

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구글과 애플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길을 떠났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는 기업 특성을 생각한다면 잘못된 말이기는 하지만 한동안 과거와 같은 관계를 만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Posted by 문을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