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취미 중 하나는 사진이다.

사진을 찍는 것도 좋아하며, 
사진을 보는 것 또한 좋다.

하지만 전문 사진가는 아니다보니 찍고난 뒤 참혹한 결과물에 혼자 애태우고 속상하지만,
간혹 사람들의 실망하는 눈빛은 여간 신경 쓰인다.

덕분에 잘 찍은 사진을 써주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며,
부족하지만 잘 찍었다며 칭찬해주는 주위 사람들에 더 큰 용기를 얻는다.




오늘도 을씨년스러운 가을 날씨속에서 골방을 찾아 들어와
2010년 속 수천장의 사진을 둘러보며 청승맞게 혼자 울고, 웃고, 쓴웃음 등의 미묘한 감정의 교차가 일어날 즈음이면,

종종 
그들 속에 내가 있었더라면,
그 사진 속에 내가 있었더라면,
그 프레임 안의 내 모습을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렇다. 
무거운 카메라와 삼각대를 짊어지고 다니며,
묵묵히 남들을 찍어주지만,
혹여나 나의 부족한 사진 실력으로 인해 상대방이 실망하면 어떡할까,
좋은 추억의 장면 하나하나를 놓쳐버리면 어떡할까 라는 심심치 않은 걱정과 고뇌속에 사진기를 든다.




그러나 종종 무참하게도 사진 찍는 나를 보며,
 '그만 놀고 너두 함께 끼어라.'
 '사진 그거 대충 찍고 좀 움직여, 멍하니 서있지만 말고.'
라는 말을 들으면 내가 무엇을 행해야 하는 지도 버벅대는 아마추어일뿐이다.

그렇게 나온 결과물을 하나둘씩 추려본다.
이것은 그들 한켠의 잊지 못할 기억으로 자리할 것이며,
그들이 사진을 보며 울고, 웃고, 담소를 나눌때마다 

억지로 드러내야 하는것은 사진을 찍은 사람이라는 것을 들추는 일.
그거야 말로 더욱더 쓸쓸하게 만들뿐이다.

그들이 한켠의 기억을 꺼내며 웃는 동안,
난 내 사진을 찾아본다

'없구나............'

수천장의 사진들 속에 숨겨져 있는 내 사진은 
따뜻했던 햇살이 내 몸을 투영하여 땅에 비춰준 내 영혼의 또 다른 이름 ,
그.림.자.

어쩌면 얼마되지 않아 잊혀져 버릴 내 모습은 
그들의 머릿속에 이렇게 그림자로만 남아 
기억의 저편에서 맴돌지도 모른다.




사진 속의 내 모습을 언제나 바라지만,
프레임 안에 갖혀 있는 내 모습보다.
프레임을 만들어나가는 내 모습을 기억하고 싶다.

언제 그랬냐는 듯, 나는 다시 사진기를 집어 들며
그 사진 속에 나만이 알수 있는, 나만 바라볼 수 있었던 기억속의 추억을 담는다.






-문을 열어-















Posted by 문을열어